On x PLEASURES x The Loop
새로운 협업 컬렉션 비하인드 스토리: 러닝과 디자인, 반문화적 감각을 향한 열정과 두려움 없는 태도로 연결된 창의적 커뮤니티의 만남.
PLEASURES 팀: 공동창업자 알렉스 제임스(Alex James)(왼쪽), 디자인 디렉터 헨리 치앙(Henry Chiang)(오른쪽)
글: Paul Snyder 사진: Quinn Dunziellas
따뜻한 10월의 어느 오후, 텍사스 오스틴 도심의 한 매장에 스위스 스포츠웨어 브랜드, 개성 강한 스트릿웨어 브랜드, 그리고 러닝 전문 리테일러까지 세 팀이 모였습니다.
마치 스탠드업 코미디의 도입부처럼 들릴 수 있지만, 실제로 벌어진 이야기입니다. On, PLEASURES, The Loop. 세 브랜드의 남다른 아이디어와 비전이 모이기까지는 약 2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러닝은 어딘가 펑크 록과 닮아 있죠.” 로스앤젤레스 기반 스트릿웨어 브랜드 PLEASURES의 공동창업자 알렉스 제임스(Alex James)의 말입니다.
The Loop는 팸 헤스(Pam Hess)와 라이언 헤스(Ryan Hess)가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설립한 러닝 전문 매장이자 커뮤니티 허브입니다. 뚜렷한 개성을 지닌 두 브랜드를 연결한 것은 On이었습니다. 언뜻 어울릴 것 같지 않던 조합에서 가능성을 발견하고 협업으로 이어지게 만든 것이죠.
The Loop 팀: 창업자 라이언 헤스(왼쪽), 팸 헤스(오른쪽)
뮤지션과 관객이 있는 곳엔 언제나 공연이 있습니다. 관객이 단 한 명뿐이어도 마찬가지죠. 아침에 혼자 달리던 러너도 누군가 함께 뛰기 시작하는 순간 러닝 크루가 됩니다. 음악이든 러닝이든, 자기만의 방식으로 만들어갈 여지가 충분합니다. “러닝은 시작하기가 정말 쉬워요. 그냥 밖으로 나가 달리면 되니까요.” 제임스는 말합니다. “음악도 똑같아요. 새로운 밴드를 보고 싶다면 공연장에 가면 됩니다. 티켓 한 장이면 충분하고, 다른 진입 장벽은 없죠.”
러닝은 마치 동네 펑크 신처럼, 많은 이들에게 넘치는 에너지를 마음껏 쏟아낼 수 있는 안식처가 되기도 합니다. 들끓는 감정과 에너지를 한곳에 온전히 쏟아부을 수 있게 해주죠. “밴드를 하던 많은 친구들이 지금은 피트니스나 러닝에 몰두하고 있어요. 둘 다 피와 땀, 눈물을 쏟아야 하는 일이죠.” 러닝 세계 곳곳에는 이런 유형의 사람들이 넘쳐납니다. 꼭 밴드를 그만둔 뮤지션만 그런 것도 아닙니다. 라이언 헤스는 매주 몇 차례, 호텔과 레스토랑 업계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함께 달립니다. 근무를 마친 뒤 으레 갖던 술자리 대신 러닝을 택한 사람들이죠. “러닝은 건강을 챙기고 새로운 관계를 만드는 방법이에요. 동시에 많은 이들에게 삶을 완전히 바꿔놓은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밴드를 하던 많은 친구들이 지금은 러너로 살아가고 있어요. 둘 다 피와 땀, 눈물을 쏟아야 하는 일이죠.” 제임스가 덧붙입니다.
펑크와 러닝, 이 두 문화에는 어딘가 닮은 지점이 있습니다. 그 문화를 공유하는 사람들만 이해하는 분위기와 스타일, 말투, 그리고 외부에서는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고유한 코드가 있죠. 한 세계에 깊이 빠져있는 사람에게만 보이는 특유의 결도 느껴집니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이런 몰입이야말로 저항할 수 없는 매력으로 작용합니다.
“러닝을 처음 시작할 땐 자신이 어떤 세계에 발을 들이는지도 모른 채 뛰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속한 커뮤니티가 나를 바꿔놓죠.” 팸 헤스는 말합니다. “오스틴의 러너들은 단순히 열심히 하는 수준이 아니에요. 러닝에 완전히 빠져있어요.”
실제로 그 정도의 몰입이 필요한 환경이기도 합니다. 2023년 오스틴에서는 기온이 섭씨 37도를 넘는 날이 무려 71일이나 이어졌습니다. "러닝에 맞춰 생활 리듬 자체를 바꿔야 할 정도예요. 아침 다섯 시나 여섯 시에는 이미 달리고 있어야 하니까요.” 라이언 헤스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속한 커뮤니티가 결국 나를 바꿔놓죠."
러너들에게 새벽은 특별한 시간입니다. 해가 떠오르기 전 울리는 알람에도 나름의 의미를 부여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익숙해진 사람이라도 저녁 8시에 잠자리에 들어야 하는 생활까지 낭만적으로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습니다. 가족이나 친구에게 납득시키는 건 말할 것도 없죠. 이른 아침 러닝을 위해 잠을 포기해야 한다는 점은 오스틴의 러닝 문화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 진입 장벽처럼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도 이 도시는 사람을 끌어들이는 힘이 있습니다.
“오스틴에 오면 러닝을 하지 않던 사람도 결국은 러너가 됩니다.” 팸 헤스는 말합니다. “꼭 열심히 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하지만 결국 모두가 타운 레이크 트레일에 모이게 됩니다. 마치 트램펄린 한가운데 볼링공을 올려둔 것처럼, 모든 것이 그쪽으로 향해요.”
제임스는 2022년 The Loop 팀을 만나기 위해 처음 오스틴을 찾았을 때, 이 도시만의 강렬한 매력과 뚜렷한 정체성에 깊이 매료되었습니다. 이후 컬렉션 작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하면서 그때의 인상은 영감의 원천이 되었습니다.
“오스틴을 처음 방문했을 때부터 영감을 받았어요.” 그는 당시를 떠올립니다. “예상했던 모습과는 전혀 달랐거든요. 트레일과 풍경, 그리고 유난히 푸른 하늘까지. LA에서 보던 하늘과는 완전히 달랐죠. 그 색감을 담아내고 싶었어요. 자연 그대로의 느낌을 살리되, 너무 히피스럽지 않게요.”
컬렉션의 방향이 잡히기 시작하면서 그는 이전에는 다뤄보지 못했던 영역까지 확장할 수 있었습니다. On의 기술력과 정밀한 엔지니어링 덕분이었죠.
“우리가 On처럼 고도화된 생산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아요.” 제임스는 강조합니다. 새로운 원단과 기술, 진화한 생산 기술력은 스트릿 브랜드에게 완전히 새로운 창작의 가능성을 열어주었습니다. “신발부터 의류까지, 다양한 봉제 방식과 소재를 직접 다룰 수 있었어요. 스트릿웨어 브랜드인 우리가 이런 기술력을 갖춘 팀과 협업한다는 건 굉장히 멋진 경험이었습니다.”
PLEASURES와 The Loop를 이끄는 이들은 스스로를 ‘완벽주의자’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On의 존재는 어떤 도전을 하든 결과물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다는 확신을 더해주었죠. “On은 퍼포먼스와 스타일, 어느 것 하나 타협하지 않습니다.” 팸 헤스는 말합니다. “항상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고, 완성도 높은 제품만을 선보이니까요.”
완벽에 대한 기준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각자의 완벽을 양보하지 못해 협업이 무산된 사례는 셀 수 없이 많습니다. 하지만 이번 프로젝트는 달랐습니다. “세 브랜드 모두 각자의 영역에서 기존의 틀을 깨고 최고를 추구합니다. 거기서 좋은 시너지가 나왔다고 생각해요." 라이언 헤스의 말입니다.
제임스와 헤스 부부는 이번 협업이 의미 있었던 이유 중 하나로 두 브랜드의 ‘차이’를 꼽습니다. PLEASURES와 The Loop는 결이 전혀 다른 브랜드입니다. 그런 둘의 협업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는 것 자체가 러닝 문화가 변하고 있다는 흐름을 보여줍니다.
“2017년에 The Loop를 시작할 때부터 ‘보기에 좋아야 기분도 좋다’라는 신조를 굳건히 지켜왔어요.” 라이언 헤스는 말합니다. “기능성과 스타일을 따로 떼어놓을 필요가 없어요. 두 가지 다 만족시킬 수 있고, 그 사이에서 타협할 필요도 없죠.”
팸 헤스도 공감합니다. “예전에는 러닝웨어가 솔직히 좀 촌스러웠잖아요. 지나치게 투박하고, 형광색 위주의 스타일이었죠.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완전히 달라졌어요. 이제는 그냥 외출할 때 입어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세련돼졌죠.”
한때는 ‘멋’과 거리가 멀었던 러너들의 스타일이 달라진 이유에는 여러 해석이 있습니다. 제임스는 “지난 10년간, 특히 소셜 미디어의 영향으로 모두가 스타일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라고 말합니다. 스트릿웨어와 액티브웨어는 더 이상 뚜렷하게 구분되지 않습니다.
러닝 중심의 매체가 된 만큼, 러닝이 점점 ‘힙해지고 있다’는 변화에 가장 많은 관심이 집중되는 건 당연합니다. 한때는 다소 촌스럽게 여겨졌던 러닝 문화도 쿨한 문화로 자리 잡으며 한층 세련돼졌고, 그 변화는 확장되고 있습니다. 러닝을 하는 사람들 역시 달라졌습니다. 지금은 ‘쿨한’ 혹은 스타일 있어 보이는 사람들이 훨씬 많아졌고, PLEASURES의 멤버들도 그 흐름 안에 있습니다. 이들이 직접 러닝에 뛰어들면서 퍼포먼스 러닝웨어라는 전혀 새로운 영역으로의 진입도 자연스러워졌습니다.
“우리는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제임스는 말합니다. “변화를 멈추는 순간 뒤처지게 되니까요. 그래서 이런 프로젝트를 합니다.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그리고 브랜드를 새로운 시선으로 보여주기 위해서요.”
“변화를 멈추는 순간 뒤처지게 되니까요.”
The Loop 쇼룸의 조명 역시 공간을 새롭게 채우는 빛입니다. 천장의 형광등과 창으로 쏟아지는 텍사스의 햇살이 바닥부터 천장까지 이어지며 자연스럽게 어우러집니다. 헤스 부부는 기존 러너뿐 아니라 처음 방문하는 사람들까지 편하게 느낄 수 있도록 이 공간을 세심하게 구성했습니다. PLEASURES를 통해 유입된 스트릿웨어 팬들 역시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죠.
서로 다른 세계를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것. On과 PLEASURES, The Loop가 공통적으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점입니다. 러닝 문화와 그 안에 존재하는 다양하고 열정적인 커뮤니티를 잇는 플랫폼을 제공하는 것이죠.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곧 브랜드의 가장 강력한 홍보대사”라고 라이언 헤스는 말합니다. 그런 점에서 매장을 찾는 러너들의 배경이 다양할수록 더 좋습니다.
이번 컬렉션은 경계를 확장하고 완전히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려는 시도를 그대로 담아냈고, 초기 반응 역시 그 가능성을 충분히 입증했습니다. 이를 기꺼이 받아들일 준비가 된 사람들이 분명 존재한다는 걸 보여줬죠.
프로젝트는 파리에서 열린 소규모 그룹 러닝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지금까지도 계속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근사한 이벤트였어요. 예상하지 못했던 조합이지만, 묘하게 설득력이 있고 흥미롭다는 반응이었죠.” 제임스는 말합니다. “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의 목적은 단순히 퍼포먼스에 있지 않았습니다. 사람과의 만남과 경험 자체가 중심이었죠. 러너는 아니지만 매장을 운영하는 제 친구들도 많이 참여했어요. 기분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팸 헤스는 덧붙입니다. “이제는 라이프스타일 편집숍에서도 러닝 전문 제품을 쉽게 볼 수 있어요. 하지만 그 커뮤니티 멤버들이 밖으로 나가 달리는 광경은 흔치 않죠. 보통은 러닝 자체에 그만큼 관심을 두지 않으니까요. 이번에는 우리가 서로 다른 커뮤니티를 한데 모았고 사람들이 실제로 함께 달렸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었습니다. 프로젝트를 시작하기에 좋은 방식이었을 뿐 아니라, 커뮤니티와 경험을 중시하는 업계의 흐름을 잘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